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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리아의 뜰에서 (백광현 신부, 직업학교 교장)
작성자 admin 조회수 732 추천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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등록일 2019.09.18
파일 마리아의 뜰.jpg


마리아의 뜰에서
 
백광현 신부(직업전문학교 교장 / 201908 소식지)

 

 

돈보스코청소년센터 5층은 직업학교 학생들의 기숙사가 있고 한편에 ‘마리아의 뜰’이라는 작은 정원에 있습니다.

 

오늘 아침 식사 후 바로 5층 마리아의 뜰로 향했습니다.

장맛비가 오면서 정원에 풀이 많이 자랐습니다.

아침이라 불볕더위는 면하겠지 생각하면서 풀을 뽑기 시작했습니다.

채 5분도 안 돼 장맛비 몰아치듯 머리에서부터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.

이마에서 볼을 타고 조르륵 구슬땀이 흘러내릴 때 귀찮고 짜증 나기보단 왠지 모를 위로를 맛봅니다.

 

작은 정원에서 풀을 뽑아도 뽑아도 지치지 않고, 쉬지 않고 끈질기게 나타나는 풀을 보며 놀라곤 합니다.

‘나 살아 있다!’라고 끈질기게 외치는 풀 앞에서 ‘생명’의 놀라운 힘을 느끼게 됩니다.

풀을 뽑고 나서 며칠 뒤에 가 보면, 어느새 풀은 다시 자라나 ‘나 아직 여기 있다!’라고 외치는 그 모습에 괜히 숙연해집니다.

풀을 뽑으며 ‘민초(民草)’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.

질긴 잡초처럼 어떤 고난에도 굴복함 없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삶을 지탱한 백성! 놀라운 생명력은

그 자체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킵니다.

 

정원에서 일하고 있으면 꼭 한두 명의 아이들이 와서 말을 걸거나 제가 하는 일을 도와줍니다.

어느 날 풀을 뽑고 있을 때였습니다.

제가 보도블록 사이에서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싹이 올라온 풀을 뽑으려 할 때 한 아이가

“그거 그냥 두면 안 돼요?”라고 물었습니다.

아이는 그 풀을 생명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저는 차마 그것을 뽑을 수 없었습니다.

장마 동안 수분이 충분해서인지 그 풀은 많이 자라 꽃을 피워냈습니다.

불모지보다 더한 이곳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꽃을 피워낸 그 풀이 하도 장하고 아름답고 고마워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.

 

명심보감에 “땅은 이름이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.”는 말이 나옵니다.

화려하거나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다룰 수 없습니다.

풀은 환경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소박한 생명의 서사를 당당하게 살아냅니다.

자립을 준비하여 구슬땀을 흘리며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아이들도 이 풀들처럼 놀라운 생명력으로

험난한 세상을 슬기롭고 아름답고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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